스트레스 과포화로 인해 보러 간 퓨리. 약간의 스포를 섞어서 리뷰를 한다. 일단 위의 두 배우들은 극중에서 인상 깊었던 배우들. 퓨리가 브래드 피트의 비중이 큰 영화이기도 하지만 좌측의 샤이아 라보프는 그와는 다르게 또 다른 편에서 등장인물들 간의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감정이입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인물이었다. 극중에서 포수로 등장하여 조준경을 보는 그의 눈을 통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. 브래드 피트는 그의 출연작이었던 월드워Z에서처럼 영화의 큰 줄기를 잘 담당해 주었다. 두 배우의 쌍끌이만으로도 볼만한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. 물론 여기엔 샤이아 라보프를 향한 개인적인 취향이 섞여있긴 하다.
탱크. 밀덕의 로망 중 하나인데다 이 영화는 고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다른 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탱크 내부가 많이 나온다. 이게 진짜 거의 나같은 육군 자주포병출신기계덕후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반할 수 밖에 없다. 포신이 돌아가고 궤도가 회전하는 이 거친 소리야 말로 쇠와 불꽃이 난무하는 전쟁의 상징아니겠는가. 거기다가 크고 아름다운 탄피와 기갑전! 사실 이것만으로도 뭐 볼거리는 많다. 스케일이 크지 않아서 별로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영화는 스케일 보다는 디테일에 초점을 두고 봐야 한다. 전차장-포수-탄약수-조종수-기관사수 요 멤버들의 팀웍이 주는 재미도 상당하고 다양한 무기와 탄종을 바꾸며 싸우는 전술 등 전쟁을 느낄만한 요소는 많다.
중간에 가정집 장면이 하나 있는데 식탁 장면에서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다.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인물들 간의 갈등과 그런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갈등이 드러나는 과정 속의 긴장감을 통해서 전쟁을 겪는 병사들의 감정상태를 잘 표현 했다고 생각한다. 이 장면이 없었으면 시체같이 탱크만 몰다 끝날 영화였는데 이 장면 하나로 어떤 전쟁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드러내고 다른 장면에서 등장한 심리적 요소들을 묶어주어 이 영화가 주는 정서적 기반을 잡아주지 않았나 싶다.
가장 명장면은 이사야서 6장(8절)을 읊는 장면과 요한1서 2장 15-17절을 읊는 장면. 개인적으로 현재 공부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는데다 샤이아 라보프에 감정이입을 하고 또 그가 신학생이진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면서 더 전쟁이 주는 참상과 종교와 인간의 삶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. 물론 그 구절들도 극의 흐름 상 의미가 있고.
원래 영화관 가서 영화를 보면 재미있게 보는 편이고 또 전쟁영화는 거의 다 좋아하는 터라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게 봤다. 오락영화지만 또 생각할 수 있는 지적유희의 꺼리를 제공해 주는 영화라 엄청나게 쩌는 정도는 아니지만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.
P.S. 좀 더 많은 스포를 포함한 내용이 아래에 있다.
1. 엠마가 예쁜 이유는 전쟁의 참상과 전쟁이 아닌 삶을 더 대비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. 피아노를 치는 장면도 그렇고 가정집 장면은 전쟁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전쟁 중에 있음으로 인해서 전쟁이 더 드러나게끔 하는 장치라고 생각했다. 물론 그런 것들이 전쟁을 통해서 망가지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.
2. 마지막 후레시를 비추는 독일 병사는 볼 때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같은 생각을 한 평이 있었다. 아마도 그는 전쟁에 적응하기 전의 신병 노먼과 비슷한 마음; 적에게 인의를 지키겠다 이 아니었을까.
3. 바이블의 허무한 죽음 ㅠㅠ. 항상 쉴 때 성경을 보는 것도 그렇고 구절 암송을 하는 모습도 그렇고 정말 신학생 내지는 성직자가 아니었을까? 그랬던 그가 전쟁을 통해서 인간의 잔인함을 보고 그 가운데서 신의 뜻을 찾아보려는 모습은 나에게 뭔가 느끼게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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